과학으로 만들어 가는 우리 시대 새로운 지식
사이엔티아 시리즈 09

행동과 습관을 지배하는 유전자의 비밀
행동은 어디까지 유전될까?

야마모토 다이스케 지음 | 이지윤 옮김 | 206쪽 | 12,000원
ISBN 978-89-5561-619-4 03400



과연 인간은 얼마만큼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걸까?

인간의 복잡 미묘한 행동양식은 유전자의 산물이다. 유전자가 진화해 뇌를 만들었고, 뇌는 우리의 행동과 마음을 움직인다. 뇌를 안다는 것은 마음의 수수께끼를 푼다는 뜻이다. 왜 수학을 못하는지, 왜 학교에 가기 싫은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등 일상 속 인간 행동의 모든 답을 유전자와 뇌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은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 행동 관찰에서부터 현대의 성행동 연구까지 살펴보면서 유전자와 뇌 그리고 인간 행동의 상관관계를 다양한 실험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 행동의 비밀을 파헤치는 행동유전학

인간의 본능과 욕구 그리고 행동에 감춰진 비밀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유전자와 뇌의 원리를 밝혀냈고, 현재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까지 이르렀다. 이 책은 유전자와 뇌 신경계의 현대적 이해를 이끌어 낸 많은 생물학적 발견, 이론, 역사 등을 추적하면서 인간의 행동과 유전적 영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다윈, 멘델 같은 역사적 인물부터 호지킨, 헉슬리, 왓슨, 클릭 등 현대의 거장들까지 아우르면서 저자의 성행동 연구의 성과도 담았다. 또한 유전자와 뇌 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침형 인간’도 유전자가 결정한다?

‘아침형 인간’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속담부터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에 이르기까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인간의 근면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침마다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잦은 지각으로 애를 먹기도 한다. 그런데 ‘아침형 인간’이 이미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체내시계는 주행성과 야행성 같은 생물의 일주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과 관련된 것이 per유전자다. 유독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진행성 수면위상전진증후군’이라고 하는데 핀란드에서 이러한 가계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이들의 per유전자 암호 중 한 개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본에서 유독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진행성 수면위상후퇴증후군’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이들의 per유전자 암호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렇듯 한 개의 유전자에 나타난 단 하나의 암호 변화가 인간의 생활양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자면 사람들의 생활 패턴 차이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의 다양성에 근거할 가능성이 높다.



성적 취향도 유전자가 결정한다??

이성애, 동성애, 성전환 등 인간의 성 지향성이 유전적으로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었다. 한편 뇌와 인간의 성 지향성 관계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서서히 명확해지고 있다.

2007년 네덜란드 뇌 연구소의 딕 스와브는 사망한 남성의 뇌를 연구해 ‘시교차상핵’이란 곳에서 성 지향성의 차이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바소프레신’이라는 신경호르몬을 함유한 세포가 있는데 동성애자의 경우 그 세포의 수가 이성애자의 두 배 이상이었다. 또한 그는 성 동일성 장애로 인해 수술로 육체의 성을 전환한 사람의 뇌를 연구해 ‘분계조상핵’이라는 곳에서 성 인식의 차이를 발견했다. 남성의 분계조상핵은 여성보다 2.5배 크지만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사람의 경우 이 핵이 여성과 동일한 정도로 작았다.

남성을 좋아하느냐, 여성을 좋아하느냐 같은 성 지향성이나 스스로를 남성으로 여기느냐, 여성으로 여기느냐에 따른 성 인식에 대응하는 뇌의 차이가 인간에게서도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뇌의 구조 변화가 성행동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


행동이 변하면 진화의 역사가 달라진다.

노랑과실파리는 상대가 내는 소리의 패턴으로 동종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 아주 미묘한 리듬의 차이도 구분할 줄 아는 암컷은 동종의 수컷이 내는 소리에만 반응해 교미를 한다. 노랑과실파리의 ‘Per단백질’에는 ‘그리신(G’)과 ‘트레오민(T)’이라는 두 개의 아미노산이 몇 번, 몇십 번씩 반복되는 ‘GT리피트’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곳의 아미노산 배열의 차이가 종마다 다른 소리를 내게 한다. 이 부분에 변화가 생기면 노랑과실파리의 소리가 변하게 되고 그 변화로 교미를 하지 않게 된다면 이것을 계기로 종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행동이 변하면 진화의 역사가 달라질 수 있음을 유전자 수준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일까?

행동유전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행동과 관련된 의문들을 풀기 위한 끝없는 연구와 실험의 과정들을 되짚으면서 유전적 영향과 인간 행동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영장류는 ‘자유로운 뉴런과 자유로운 신경회로’의 마지막 보루였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은 이조차도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짙게 내비치고 있다. 과연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일까? 정말 유전자는 인간의 행동과 습관 그리고 일생을 지배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남아 있는 인간의 행동을 둘러싼 많은 의문들을 뇌와 유전자의 원리로 밝혀내는 것이 앞으로 생물학 연구의 중심 테마가 될 것이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바다북



아파나시예브 이고르, 라브료노브 알렉산드르 지음|카제노바 아셀 옮김|408쪽
값 14,800원|발행일 2010년 6월 9일|ISBN 978-89-5561-542-5 

세계 우주 클럽Space Club

우주비행 기술 역량을 실질적으로 입증한 국가들의 비공식 연합이다. 실제 우주비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국 우주기지에서 자국 추진로켓을 이용해 자국 위성을 쏘아 올린 국가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이 가입국이며, 한국은 2010년 6월 9일 나로호 2차 발사에 성공할 경우 10번째 가입국이 될 예정이다.

이 책은 세계 우주과학을 이끌고 있는 이들 우주 클럽 가입 국가들의 우주 개발사를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무한한 공간 우주에 도전한 인류의 위대한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군비 경쟁으로 시작한 로켓 개발의 역사
50년 만에 지구를 넘어 우주의 꿈을 꾸다!

1957년 10월 4일, 구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직경 58cm, 중량 83.6kg의 원구형 위성 스푸트니크를 실은 추진로켓 8K71PS, 일명 세묘르카가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후 5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달에 발자국을 남겼으며, 화성에 탐사선을 내렸고, 태양계 외부 탐사를 떠났다. 그리고 5624개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려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때 반드시 필요한 것, 바로 로켓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고작 1㎥ 정도의 작은 위성을 올리는 데 필요한 기술과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수십 미터의 크기, 수십 톤의 무게, 그리고 수억 달러의 비용까지. 인류가 만든 구조물 중 가장 강력하고 가장 값 비싼 로켓은, 아쉽게도 비행 몇 분 만에 통째로 타 버린다. 그리고 그러한 장렬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온 힘을 다해 우주의 출입문 앞에 작고 여린 위성 하나를 내던진다.

이 책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자신만의 성과를 올린 국가들, 즉 세계 우주 클럽 가입국들의 우주 로켓 개발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구소련부터 시작해 미국, 유럽(프랑스와 영국), 일본, 중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까지 우주 클럽에 가입한 9개 나라의 우주 개발 역사와 그 과정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또한 특별히 2010년 나로호 2차 발사를 앞둔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을 보강하였고, 브라질과 남아공, 북한 등 우주 클럽 후보국들의 개발사도 한 챕터로 다루고 있다.

 

러시아 과학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각의 과학서

국내에서 출간되는 과학 도서의 절반 이상은 외국 도서이고 그중에서 또 대부분이 미국 서적이다. 과학 단행본 시장, 나아가 과학지식 자체가 수입지식인 셈이고, 특히 미국 의존성이 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서술되는 과학기술의 기준은 미국이고, 그 외 지역의 과학은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 책은 러시아의 과학자와 과학저술가가 쓰고, 러시아인이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 우주과학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색다른 독서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은 본래 러시아에서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성공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6년에 출간되었다. 따라서 2006년까지의 로켓 개발사만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어 번역본을 출간하면서 저자들은 2009년에 9번째로 우주 클럽에 가입한 이란과 10번째 가입을 눈앞에 둔 한국, 그리고 북한의 우주개발에 관한 내용을 대폭적으로 추가해 주었다.

 

250여 장의 희귀 사진과 도면으로 보는 로켓의 향연

 이 책은 세계 각국의 로켓 역사라는 독특한 주제만으로도 이미 자료적 가치가 충분하다. 각 로켓과 위성의 세부적인 재원은 물론 구체적인 발사일지와 상황, 그리고 로켓 개발과 관련된 뒷이야기는 다른 어느 책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 제3세계의 로켓 개발사는 미국 중심의 과학서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귀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다른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의 사진자료와 일러스트 이미지, 그리고 설계도면 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린 사진과 일러스트 이미지는 모두 215컷으로, 로켓 개발자들의 인물 사진보다는 로켓 개발 과정과 발사 과정, 부품 사진 등 인터넷으로도 찾아 보기 힘든 사진들이다. 또한 41컷의 설계도면은 두 저자의 정보력과 전문성이 없으면 구할 수 없는 도면들이다. 물론 오리지널 설계도는 아닐지라도 실제 크기를 알 수 있는 축척자와 함께 실려 있어, 로켓의 세부적인 형태와 명칭, 규모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북한의 위성 및 로켓, 우주기지 사진은 러시아 과학자가 아니라면 확보할 수 없는 자료들로써, 이 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처럼 215컷의 사진과 일러스트 이미지, 41컷의 설계 도면은, 책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책의 자료적 가치와 시각적 흥미를 북돋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10번째 우주 클럽 가입 예정국 한국의 도전

2009년 8월 25일, 세계에 또 하나의 우주강국, 세계 9번째 우주 클럽 가입국이 탄생할 뻔했다. 이날 한국은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자국 과학실험위성 STSAT-2(과학기술위성 2호)를 자국 추진로켓 KSLV-1(나로호)에 실어 발사하려 했다. 추진체 발사와 비행은 성공했으나 한쪽 위성덮개가 분리되지 않아 위성은 궤도진입에 실패했다.

한국은 1377년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최무선 장군이 주화走火(달리는 불)라는 이름의 로켓을 개발했다. 그리고 현대식 로켓 기술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지대지미사일 어니스트 존과 지대공미사일 나이키 허큘리스를 한국에 넘긴 이후 본격화되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항공우주 분야의 기업 현대일레트로닉스가 설립됐고, 동시에 자국 위성 개발 계획이 검토되었으나 그의 암살 이후 중단되었다. 그리고 1989년 10월 우주 연구와 개발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되었다.

1990년대 들어 한국은 완성도 높은 추진로켓을 개발하여 1993년 관측로켓 KSR-I의 발사를 시작으로 자국 위성을 위한 추진체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개발된 KSLV-1의 발사는 2005년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러시아와의 계약 문제로 지체되어 2009년 8월에 실질적인 발사가 이루어졌다. 비록 위성 진입은 실패했으나 이 로켓으로 한국도 충분히 우주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향후 한국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입할 뿐 아니라 2020년에 달에 자동 관측기를 보내고, 2025년에 달 착륙장비를 쏘아 올릴 계획에 있다.

 

우주 로켓 개발 속 숨은 이야기

모든 것은 위로부터, 모든 것은 경쟁으로! - 소련과 미국의 차이

러시아(구소련)에서 모든 위대한 시작은 위로부터 실행된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뿐 아니라 대규모 로켓의 개발에서도 이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소련의 로켓 개발은 1946년 5월 13일 연방 각료회의 결의 제1017-419호를 통해 결정됐다. 연방 각료회의가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연방 과학아카데미를 참여시켰으며, 특수건설국에 개발을 맡겼다. 그리고 전체적인 진행은 제4과학연구소의 티혼라보프 팀에게 일임했다. 로켓 개발을 위한 모든 과정은 꽉 짜인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는 전략적 군수장비 개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주권 사수를 위한다는 명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재원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반면에 미국은 다양한 곳에서 우주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방부 항공기술본부에 우주로켓활성화 평가위원회가 설립되어 연구를 시작했고, 거의 동시에 공군에서도 우주계획을 추진하였다. 한편 해군 역시 별도로 로켓을 제작해 대기권 상층부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은 다양한 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우주개발을 추진했다. 로키드 마틴, 더글러스 항공사, 에어로제트 사, 벤딕스 사 등의 항공 및 통신 관련 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우주개발 사업에 관련되었다.

1950년대 초 미국 육군과 공군은 중거리탄도미사일 개발과 사용에 대한 독점권 다툼을 벌였다. 경쟁은 로켓 개발자와 탄두부품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벌어졌다. 육군은 중거리탄도 미사일 주피터를, 공군은 토르를 제안했다. 육군은 탄두에 열차단식 덮개를 강조했고, 공군은 베릴륨으로 제작된 열흡수 탄두덮개를 고집했다. 결국 경쟁은 실습으로 풀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소련에 선수를 빼앗겼다. 그러나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미국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을 진행하였고, 단위별 경쟁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그리고 1960년대 경제회복으로 우주개발의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자동 타이머의 치명적 오류

우주 로켓 개발의 초기에는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도 많았다. 1957년 10월 12일 사회주의 10월혁명 제40주년 기념일에 기해 계획된 소련의 두 번째 위성발사 때는 몹시 초보적인 오류로 발사가 지연된 적이 있다. 소련의 두 번째 위성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강아지 라이카를 태울 예정이었다. 10월 22일 발사준비를 시작하기 위해 로켓와 위성을 발사대로 운반하기 직전 끔찍한 실수가 발견됐다. 궤도비행 중 일정한 간격으로 기내 장치를 중단하는 타이머가 심지어 자신마저 꺼지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즉 타이머가 기내 장치를 중단할 때 타이머도 멈춰 버려 다시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셈이었던 것이다.

오류를 수정하고 보름 뒤인 1957년 11월 3일 두 번째 위성을 싫은 로켓이 발사되었다. 라이카는 우주에서 5~6시간 동안 생존했는데, 동물실이 장기 궤도비행 조건을 갖추지 않아 온도 상승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원수에서 영웅으로, 폰 브라운의 변신

핵무기와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한 미국은 기술 분야에서 자신들이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련이 첫 위성을 쏘아올리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주 개발을 위해 독일의 과학자들을 데려온 일명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을 통해 120여 명의 핵심 연구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 로켓의 아버지 베르네르 폰 브라운이 있었다.

폰 브라운은 1932년부터 독일 육군 로켓연구소에서 일하면서 1942년 A-4 로켓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 로켓에 폭약을 달아 미사일로 개발했고,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탄도 미사일인 V-2 로켓이다. V-2 로켓은 1942년 9월 6일 파리에 처음으로 발사된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총 3000여 기가 넘게 발사됐다.

이처럼 이전에는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다음으로 미국을 노렸으며, 나치 로켓을 개발한 순수 아리안 족 혈통 폰 브라운이 한순간에 앵글로색슨 미국의 우주 영웅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후 폰 브라운은 미국의 우주추진로켓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주피터 C 로켓을 개발하였고, 이 로켓은 미국의 첫 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싣고 우주로 향했다.

 

누가 이라크 로켓 개발자를 암살했는가?

이라크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사이 사거리 300km의 소련 탄도미사일 R-17을 얻었다. 이라크는 이 로켓을 연구했고, 이것이 이라크 로켓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후 1980년대 중동전쟁(이라크-이란 전쟁)에서 이라크는 미국의 협조를 받아 미국 첩보위성의 고화질 촬영데이터를 받았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 이라크는 본격적인 우주추진로켓 개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독과 이탈리아, 브라질이 참여했으나 서독과 이탈리아가 1987년 로켓기술비확장국제협약에 가입하면서 이라크의 로켓 개발은 좌절을 맛본다.

1987년 11월 이라크는 탄도학 전문가인 캐나다 출신 제럴드 불과 몰래 접선한다. 그리고 제럴드 불은 브뤼셀에 있는 자신의 회사 SRC를 통해 이라크 로켓 개발에 참여한다. 이라크는 불의 도움을 받아 추진로켓 알 아비드(바른 신앙)를 개발했다. 알 아비드는 1989년 12월 7일 바그다드 서쪽 알 안바르에서 발사되었다. 이상한 것은 당시 미국 대공방위사령부가 우주에서 새로운 비행체를 발견했다고 밝힌 반면 이라크는 궤도 발사에 대한 사실을 부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0년 이라크 로켓 프로그램은 완전히 중지됐다. 3월에 이라크 로켓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제럴드 불이 브뤼셀에서 암살을 당했다. 이스라엘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가 저지른 일로 추정될 뿐이다.

 

북한이 쏘았다는 위성은 어디에 있나?

1998년 8월 31일, 북한의 관영매체는 “평화 목적의 최초 위성(광명성 1호) 궤도진입 성공”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함경북도 하대군 무수단리 근교의 우주기지에서 로켓을 발사하여 4분 53초 뒤인 평양 시각 12시 11분 53초에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렸다고 한다. 각 단의 분리 시간과 추락 지점까지 알린 추가 보도 내용은 구체적이고 정교했다.

이 소식에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촉각을 잔뜩 곤두세웠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국방부, 또는 어떠한 개인도 지구 인근에서 북한이 발표한 이 같은 비행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북한은 이 위성이 주파수 27MHz에서 <김일성 지도자에 대한 노래>와 <김정일 지도자에 대한 노래>를 송신한다고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관련 공식기관과 세계의 라디오 팬들 중 누구도 해당 주파수에서 어떠한 신호음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론은 뻔했다. 북한 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후 북한은 2009년 4월 4일~6일 사이에 광명성 2호를 실은 추진로켓 은하 2호를 발사하겠다고 국제민간항공기구에 통보했다. 3월 25일 미국은 위성촬영으로 은하 2호의 1단과 2단 발사구조물의 설치 모습을 확인했고, 4월 1일 북한의 로켓 상단에서 위성임이 분명한 양파 모양의 구조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4월 5일 북한은 광명성 2호를 실은 추진로켓 은하 2호를 발사했다. 북한은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광명성 2호도 노래를 송신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지구상의 누구도 북한의 위성이 불러주는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우주 클럽 가입 연보

 

국가

날짜

위성

추진로켓

우주기지

1

러시아(구소련)

1957년 10월 4일

스푸트니크 1호

R-7(세묘르카)

바이코누르(소련)

2

미국

1958년 1월 31일

익스플로러 1호

주노 1호

카나베랄(미국)

3

프랑스

1965년 11월 26일

아스테릭스 1호

디아망 A

함마귀르

(프랑스령 알제리)

4

일본

1970년 2월 11일

오수미

람다-4s-5

가고시마(일본)

5

중국

1970년 4월 24일

똥펑(동풍) 1호

창젱(장정) 1호

주취안(중국)

6

영국

1971년 10월 28일

프로스페로

블랙 애로우

부메라(호주)

7

인도

1980년 7월 18일

로히니 1호

SLV-3

스리하리코타(인도)

8

이스라엘

1988년 9월 19일

오페크 1호

샤빗

팔마힘(인도)

9

이란

2005년 10월 27일

시나 1호

코스모스-3M

플레세츠크(러시아)

10

(예정)

대한민국

2010년 6월 9일

과학기술위성 2호

나로호(KSLV-I)

나로우주센터

 


지은이

아파나시예브 이고르 _ 러시아의 과학 전문 저술가이다. 모스크바 바우만 국립기술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우주 분야 전문지 《우주 비행학 뉴스》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단행본 《아무도 모르는 우주선》, 《R-12 단향목》 등을 비롯해 400편 이상의 글을 발표했다.

라브료노브 알렉산드르 _ 러시아 항공우주공학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이다. 모스크바 국립항공기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러시아 방위산업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1991년 위성체 영상 송출 기술에 관한 특허를 취득한 것 외에도 항공우주 분야에서 3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항공우주공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이다.

옮긴이

카제노바 아셀 _ 러시아 문화예술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게르첸 사범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글로벌 리더쉽 프로그램으로 동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연세어학당 한국어교재, 세계3대 박물관 에르미타쥐 작품해설, 《동운명同運命》 등의 번역에 참여했다. 머리는 러시아지만 마음은 한국을 향해 있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바다북

물리학의 세계에 신의 공간은 없다 | 빅터 J. 스텐저 지음 | 김미선 옮김 | 서커스 | 384쪽 | 14,800원 | 2010년 4월 16일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빅터 스텐저가 물리학적 관점에서 기독교 창조론자들의 지적설계론의 허구성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과학자로서의 인생을 걸고 ‘신은 존재한다’ 는 자신의 마지막 가설을 입증하고 있다. 본래 무신론자였고, 학술적인 연구 외에도 사이비 과학에 날카로운 비평을 던지는 것으로도 유명한 저자였지만, 이 책에서는 ‘신의 부재’ 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설로서 ‘신의 존재’ 를 상정하고 그 가설을 입증하려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명쾌하게 나타났다. 신이라는 가설을 ‘실패한 가설’ 로 판명한 것이다.

종교와 과학의 논쟁에서 과학을 지지하는 책들은 지금까지 주로 생물학적 접근으로 이루어졌 왔다. 진화론의 기반 아래, 연구 대상이 지구상 생명체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를 위시한 과학자 집단은 대개 생물학·진화론적 증거를 이용해 왔다. 혹은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크리스토퍼 히친스처럼 사회학·역사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였다. 하지만 이번엔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철학에서 파생되는 논증들로 신의 존재를 파헤치고 있다.

2008년 4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미국 종교계와 과학계는 빅터 스텐저라는 정통 물리학자의 도발적인 책 제목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책의 원제는 『신: 실패한 가설GOD: The Failed Hypothesis』. 신을 ‘실패한’ 가설이라고 한 노 물리학자의 선언에 미국의 서점계와 지성계는 열광하였다. 무신론 관련 서적이 홍수를 이루고 있던 미국에서도 출간 즉시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그해 『뉴욕 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또한 출간 전부터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과학자들뿐 아니라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과 같은 사회학자들의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와 샘 해리스의 추천사뿐 아니라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쓴 서문은 이 책의 가치와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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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다북